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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오후에는 상큼한 사과가 왜 생각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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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오후에는 몸의 에너지 리듬이 잠깐 낮아지는 시간에 뇌가 더 또렷한 감각 자극을 찾게 되고, 상큼한 향과 산미 그리고 아삭한 식감을 가진 사과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더 쉽게 떠오를 수 있다. 어느 평범한 오후였다. 점심을 먹은 지 조금 시간이 지난 때였다. 배가 고픈 것은 아니지만 몸의 속도가 아주 미세하게 느려지는 순간이 있다. 집중은 이어지고 있지만 머릿속이 살짝 흐릿해지는 느낌이다. 컴퓨터 화면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먼저 피곤해진다. 손은 계속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만 생각의 속도는 조금 느려진다. 그때 이상하게 한 가지 과일이 떠오른다. 사과다. 냉장고에서 꺼낸 사과를 손에 들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껍질의 온도다. 냉장고에 있던 냉기가 그대로 손바닥으로 전해진다. 붉은 껍질은 매끈하고 단단하다. 손가락으로 살짝 굴리면 표면이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그 촉감만으로도 사과가 얼마나 단단한 과일인지 바로 느껴진다. 사과를 도마 위에 올리고 칼을 가져가면 아주 짧은 소리가 난다. 칼이 과육을 통과하는 소리다. 사각 하고 갈라지는 소리다. 단면이 열리는 순간 하얀 과육이 드러난다. 과즙이 아주 미세하게 반짝이며 표면에 맺힌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사과 특유의 상큼한 향이 공기 속으로 퍼진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비슷한 순간이 나타난다. 오후 세 시쯤 집중이 살짝 느슨해지는 때가 있다. 머릿속이 잠깐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의자에서 등을 펴고 물을 한 모금 마신다. 그 짧은 휴식의 순간 머릿속에 어떤 과일이 떠오른다. 사과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면 먼저 아삭한 식감이 터진다. 단단한 과육이 부서지면서 입안에 작은 파열 소리가 난다. 그다음에 과즙이 퍼진다. 그리고 바로 뒤에서 상큼한 향이 코 뒤쪽으로 올라온다. 입안 공기가 한 번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떠오른다. 집에서 일하는 오후에도 이런 순간이 있다. 노트북을 잠깐 닫고 눈을 쉬게 하는 때다. 창밖을 보면 햇빛이 조금 기울어 있다. 방 안이 잠깐 조용해진다. 그 짧은 순간 부엌이...